top of page

자괴감의 감정

 "이봐, 이제 정말… 그만둘 때 되지 않았어?" 


 레이지는 그의 팔에 감긴 붕대를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이번 상처는 평소보다 더 심각했다.


 "듣고 있어?"


 머리카락 사이로 떨리는 입술이 보였다. 그는 여전히 잘 입을 열지 않았다. 관계된 자가 아니라면 그는 그에 대해 전혀 알려진게 없는, 그야말로 신비한 존재였다.

 자신의 몸에 마구 상처를 내는 사람이라고 해서 다치는 것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닐 터였다. 하지만 레이지가 보기에 그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신경쓰지 마."

 "애초에 팔 한 쪽 없이 어떻게 지내려고?"


 절단된 부위는 본인에 의해 조각조각 나버렸기에 접합수술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다. 어떻게 자기의 팔을 그렇게 난도질 할 수 있는 거지? 레이지는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상상하다 몸서리를 쳤다.


 "어차피 죽지도 못하면서."

 "그 얘기는 하지 말지."

 테어는 언제나처럼 살기가 담긴 눈으로 레이지를 노려봤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 분위기에 풀이 죽어 도망갔으련만, 레이지는 오히려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몸도 아니면서 자존심 하고는. 그러다 사지 전부 잘라버리겠어, 응?"

 "그러든 말든 신경쓰지 마."


 확실히 테어의 얼굴은 평소보다 더 피곤해보였다. 의미도 전혀 없으면서,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들어지는 일을 굳이 왜 하는거람. 레이지는 그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내가 널 싫어했으면 이 짓 안하지. 걱정되어서 그러는 거잖아, 이제 그만 해."

 "네가 나로 태어났어도 이랬을 걸."

 "그렇다고 목만 남을 때까지 계속 그 짓 하려고?"

 "허, 그거 좋은 생각이네. 목만 남아도 살아있는지 한 번 보자고."


 테어에게는 어떠한 설득도 통하지 않았다. 그도 당연한 것이, 테어는 홀로 구체화 된 오래전 날부터 구체화 감정이 많아진 지금까지 끝나지 않는 고통을 안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그의 감정, 자괴감에서 오는 불안함과 괴로움이었다. 그는 수없이 자살시도를 해왔지만, 죽기 직전의 끔찍한 고통을 느낀 후에는 어딘가에서 다시 멀쩡히 눈을 뜨게 되는 것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차피 마찬가지겠지. 저번에 떨어졌을 땐 목도 다리도 온 몸의 모든 뼈가 다 부러졌었는데 온전히 살아났잖아.'


 그가 계속해서 자해와 자살시도를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 자괴감을, 이 심장이 뜯기는 듯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몸을 난도질하면 조금은 평온해졌다. 그 작은 평화, 그걸 위해서라면 신체의 고통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레이지는 한숨을 푹 쉬며 그에게 한 마디 했다.

 "전혀 말이 안 통하네."

 "알면 꺼져."

 "걱정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 쌀쌀맞게 굴거야?"

 "원치않는 도움은 오히려 독인 거 모르냐?"

 "하아… 알아, 알고있어. 진짜 안되겠네. 이것까진 얘기 안 하려했는데, 못 봐주고 있겠네. 좋아, 얘기해줄게."

 "뭘?"

 "네가 죽을 수 있는 방법."

BGM: 클로저스 - (구) 구로역 늑대개ver.

© 2015 - 2024. by 마솔티(@hg1635) all rights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