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 태어난 모든 감정은 각기 하나씩 대응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이곳의 법칙이지만 감정이란 건 알다시피 항상 단일적이지만은 않은 법이다. 어떤 하나의 감정은 또 다른 감정을 불러오고, 그것이 연쇄되고 겹쳐지는 것이 당신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여기 이 세계에 있는 '감정'인 우리들 역시 다를 게 없다. 나는 '열등감'을 담당하는 하나의 감정이지만, 그 열등감에 뒤따라오는 애정결핍의 감정은 가끔 내가 담당하는 감정이 이게 아니었나 싶게 만들기도 한다.
열등감은 굳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가며 자신을 낮추는 감정이다. 나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야 그런 감정으로 태어났으니까. 나는 타인을 부러워하는 게 숙명이고, 죽을 때까지 평생 자괴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인기가 많고,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몇몇은 어떤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좋은 성격을 가진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환영받았다. 나는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너무 알고 싶었다.
코아는 내 부러움을 받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예쁘장하고, 거기에 더해 잘 꾸미고 다니고. 시원시원한 성격은 그를 더 돋보이게 해주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은 차고 넘칠 정도로 정말 많았다.
다만 그는 그 많은 사랑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감정은 '집착에서 오는 갈망'. 어떻게 보면,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게 나랑 비슷하네─하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그가 이상했다. 그만큼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도대체 얼마나 더 받아야 만족하는 거지? 그의 담당 감정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잘 이해가 안 됐다.
이따끔씩 말로써 그 의문을 해소하려고 하면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 그치만 그 사람들은 나 말고 다른 사람하고도 얘기하고, 친하게 지내고 하잖아…….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아니, 아니… 그냥 나하고만 지냈으면 좋겠어. 나만 봤으면 좋겠는데! …말도 안 되는 거 알지만 나는 너무 고통스럽다고……. "
속마음을 들어도 여전히 나는 이해가 잘 안됐다. 옆에서 보기에는 한 명 한 명이 충분히 많은 관심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차라리 그럴 거면 그 사랑 나한테 달라는 말이 목젖까지 넘어온 적도 있었다. 물론 무례한 말이니 삼갔지만…….
손가락을 잘근잘근 씹었다─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상처도 덧나고 이젠 버릇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온 손가락에 붕대를 감았지만 소용없었다. 마음이 고통스러울수록 손가락의 고통은 무뎌져서, 더 아프게 물어야만 마음의 고통이 사라질 것 같았다. 이러다 손가락이 닳아 없어질 것 같았다.
코아는 정말 행복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 하고 있으니까. 뭘 어떻게 해도 이 음침한 인상은 사라지지도 않고, 소심하고 답답한 성격은 히키코모리에 딱 적합한 성격이었다. 만약 지금 누군가 나한테 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게 정말로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별로 믿지 못 할 것 같았다. 이런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 나도 내가 너무 싫어서 죽여버리고 싶은데 나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그에 반해 코아는 사랑받는 사람의 완전체라는 느낌이었다. 만약 내가 그였으면,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사랑할 수만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신은 참 잔혹하기도 하지. 저런 완벽한 모습이었어도 뭔가를 더 갈구하게 하다니. 차라리 나와 그를 바꾸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정말로 행복하게 살 자신 있는데……. 아무리 한탄해도 어차피 나는 나, 그저 쓰레기통에 박히고 싶은 마음만이 맴돌 뿐이었다.
손가락의 붕대가 빨갛게 물들었다. 입안에서는 짭짤한 맛마저 나기 시작했다.